공기풍경 2019
한국인은 어떤 공기를 요구하고 연구하고 판매하고 있는가
김성은 김희원 전치형
카이스트 인류세 연구센터
2018년 12월 1일 정오, 서울 종로구의 미세먼지 농도는 44 μg/m3, 초미세먼지 농도는 22 μg/m3였다. 털모자를 쓰고 패딩을 껴입은 어른과 아이들이 마스크를 쓰고 광화문 광장에 모였다. ‘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합니다’(미대촉) 인터넷 카페가 주최한 7차 집회가 열린 날이었다.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는 날이었지만 집회에 나온 이들은 차가운 바닥에 앉아서, 또는 청와대로 행진하며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국회는 미세먼지 사회재난 법안 조속히 통과시켜라!” “정부는 초미세먼지 걱정 없는 숨 쉴 권리 보장하라!” “발암먼지 말고 맑은 공기, 정부는 보장하라!” “공기 잃은 나라엔 미래가 없다.” 이날 집회는 미대촉 이미옥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쓴 서한문을 청와대에 전달하며 마무리됐다.
미세먼지는 지금까지 무색무취하다고 여겨졌던 공기를 뿌옇고 매캐하고 두려운 것으로 바꾸어 놓았다. 그러자 공기는 더이상 삶의 당연한 배경이 아니라 하루하루 견뎌내고 회피해야 하는 생존의 조건이 되었다. 심지어 대통령이 꼭 응답해야 할 정치적 토론과 행동의 대상이 되었다. 2016년 5월 29일 문을 연 미대촉 카페에는 2019년 5월까지 3년 동안 10만 명 넘게 가입했다. 오염된 공기는 사람들을 압박해 여기저기로 밀어낸다. 공기를 신경쓰지 않고 살던 사람들이 광화문에 모여 공기가 적힌 팻말을 들고, 공기 정보를 요구하고, 공기 기계를 향한 불평을 쏟아낸다. 먼지가 걷힌 어느 날, 이들은 2019년의 공기를 어떻게 회상하게 될까. 그 공기풍경에는 무엇이 담기고 무엇이 담기지 못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