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적 개념으로서 인류세, 그리고 인간의 역할
필자: 박범순
인류세는 새로운 지질시대를 지칭하는 과학적 개념이면서, 인간-자연-사회의 새로운 관계 정립을 요구하는 실천적 개념이다. 이 개념은 노벨상을 수상한 대기화학자 크뤼 천(Paul Crutzen)이 21세기 초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보다 먼저 이 개념을 쓰기 시작한 사람은 그의 동료인 생태학자 스토머(Eugene Stoermer)였다. 인류의 활동으로 지구가 변형되고 있으며 그 힘의 크기와 보편성을 고려할 때 인간의 영향력을 새로운 지구적 힘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관점은 이미 19세기 중반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20세기에 들어서는 러시아의 지질학자 베르나츠키(V. I. Vernadsky)가 여기에 이론적 프레임을 더했다. 그는 지구를 생물권(biosphere), 암석권(lithosphere), 대기권(atmosphere), 수권(hydro-sphere), 인류권 (anthrosphere)으로 나누어 각 권역 사이의 역동적 상호 작용을 연구했는데, 인류의 힘이 증가하여 주변에 점점 더 큰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지적했다. 조금 다른 각도에서 프 랑스 예수회의 샤르댕(P. Teilhard de Chardin)과 로이 (E. Le Roy)는 인간의 사고능력과 기술개발이 환경을 변화시키기 때문에 “정신권”(noösphere, 누스피어)이란 용어를 제안하기도 했다. …
게재: 과학잡지 에피(EPI) 9호, 190~21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