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th Colloquium
[초록發光]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우리는 전기 공동체로 연결되어야 한다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은 노동에 관한 이야기이다. 노동은 쉽게 말하자면 직장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남의 직장 이야기는 참 흥미롭다. 시간 대부분을 직장에서 보내는 월급쟁이들에게 작은 것 하나하나가 소중하기에, 우리는 직장 이야기를 나눌 때 차이와 동시에 격한 유대감을 공유한다.
에어팟을 낄 수 있는 사무실
내가 처음 본격적으로 직장이라고 할 만한 곳을 다녔을 때 내 사무실 자리는 첫날 우연히 정해졌다. 그 회사는 사무실 자리에 규칙이 없어서 커다란 사무실에 각기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이 랜덤하게 앉았다. 내 업무와 관련된 회의가 있을 때만 회의실에 헤쳐-모여를 하는 식이었다. 1년 넘도록 같은 사무실을 써도 옆 사람이 무엇을 하는지는 잘 몰랐고 이야기할 일도 없어서 종종 에어팟을 끼고 일했다.
그 무렵 내 친구도 동종업계에 있었다. 사무실에서 그의 자리는 팀장 책상과 기역자로 마주하고 있다고 했다. “뭐? <무한 상사>나 <MZ오피스>에서처럼 상사와 하루 종일 같이 지낸다고?!” 나는 그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경악했던 것 같다. 하루 8시간을 감시 속에서 일하고, 일이 없을 때도 괜히 심각한 표정으로 웹서핑하는 나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자리 칸막이가 충분히 높은가, 본인 뒷자리에 누군가 앉아있거나 스르륵 다가올 수 있는가, 상사가 자주 외근을 나가는가, 그래서 에어팟을 끼고 일할 수 있는가, 걱정이 꼬리를 물었다.
더 많은 사람들과 직장 이야기를 나눈 후에야, 내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상사 없는 사무실이라는 업무 환경이 굉장한 특혜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의 직장 경험이란 수많은 월급쟁이들의 군상 중 너무나도 작고 특이한 조각일 뿐이었다. 반면 남의 직장 경험은 내가 경험해보지 못했던 것이면서 동시에 경험할 뻔한 것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우린 서로의 직장을 이야기하면서 몰입하고 위안을 얻고 고통을 나눈다.
이어폰을 낄 수 있는 공장
10년 전, 나는 야간조로 핸드폰 공장에 다녔다. 유명 핸드폰사의 5차 하청쯤 되는 공장이었다. 내 일은 핸드폰 액정과 메인보드를 하루에 300~400개정도 붙이는 일이었다. 제품 외관상 보이는 부분이기 때문에 먼지나 잔기스 하나 없이 정확도를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나와 같은 공정 사람들은 같은 칸에서 일했다. 공장 소음과 방진복 때문에 대화는 대체로 어려웠기에, 각자 유선 이어폰을 끼고 지루한 시간을 달랬다. 불량품이 너무 많다 싶을 때만 부품을 점검하거나 기계를 조정하는 회의를 했다.
핸드폰 공장은 작업환경이 깨끗하고 작업물이 가벼워 여성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위험은 적지 않았다. 화학약품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공정, 컨베이어벨트에 끼이기 쉬운 공정, 하루 종일 한 자리에 서있어야 하는 공정 등. 더군다나 야간조였기 때문에 졸다가 사고가 나는 일도 있었다. 점심시간은 밤 12시부터 새벽 1시까지였는데, 10분 만에 밥을 먹고 휴게실 빽빽이 누워 잠을 청하는 것은 우리가 우리를 지키는 방식이었다. 그때 내가 그나마 나이가 어려서 덜 위험한 공정에 배치되었다는 것은 나중에 알게 되었다. 이어폰을 꼽고 내 할 일만 해내면 되었던 것 역시 나에게 주어졌던 일종의 특혜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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